본문 바로가기

독서

(독서) 공감의 배신 Prologue - 폴 블룸(Against Empathy by Paul Bloom)

Prologue

 

저자는 공감능력이 우리가 예술과 소설, 스포츠를 보며 즐거워하고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선을 행하도록 자극하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공감은 어리석을 판단에 근거하기도 하고, 무관심과 잔인함을 유발하며 비이성적이고 부당한 정치적 결정을 이끌기도 하고, 중요한 관계나 역할을 더 어렵게 하기도 하기 때문에 공감에 반대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목적 중 하나가 독자들이 자신과 같이 공감에 반대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 한다.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면 공감하지 말아야 한다는 저자의 목소리가 뭐랄까... 시청자들이 TV 드라마를 보게 하기 위해 자극적인 요소를 Teaser에 넣는 마케팅 도구처럼 들리는 이유가 뭘까...여튼 첫 장부터 이 책이 계속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의문을 가지며 프롤로그를 읽어 내려갔다. 

 

공감은 다른 사람이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경험하는 행위이고, 이는 좀 더 넓은 의미로 배려하고 사랑하고 선을 행하며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을 가리키는 용어라는 점에서 저자는 공감을 받아들인다. 다만 그는 공감이라 여겨지는 어떤 '심리작용'에 반대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백인이 흑인을, 좌파가 우파를, 남자가 여자를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하지만 그는 이러한 문제들이 공감의 부족이 아니라 공감이 과해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문제들이 공감의 과잉으로 인해 일어나는 일인가? 공감은 저자가 말한 대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은 감정적인 측면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전환도 필요하다. 그리고 누군가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는 그 반대편의 입장에 벽을 세우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좀 더 저자의 생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지만 상당히 단편적으로 보이는 문장들이 글재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이성보다는 감성, 공감을 중시하는 사회라 본다. 우리가 내리는 도덕적인 판단, 중요한 의사결정도 충분한 추론을 통하여 내리려고 노력하지만 판단의 순간엔 이성이 무력해지는 때가 많으며, 도덕 또한 의식적인 숙고의 산물이라기 보다 자연선택의 무의식적인 과정을 통해 진화해 왔다는 증거가 많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면에서 감정의 역할의 중요성에 동조하지만 현 사회에서 감정의 이점이 지나치게 부푸려져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인간에겐 감정 못지않게 이성의 힘도 있으며 따라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고 때로는 불필요한 감정을 자제하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성보다는 감정을 중요시하는 사회인가?  그동안 우리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라 강조하며, 인간의 이성적인 측면이 감정보다 더 우월하다 여기고 감정에 대해 터부시했다. 슬플 때 울거나 화날 때 화남을 표시하거나 행복할 때 행복하다 표현하는 것을 여전히 어색해하며 어떤 경우에는 스스로가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조차 모를 채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한편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며 생각의 가치, 추론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중요성에 대해 늘 강조하지만, 정작 합리적인 절차와 사고과정으로 인해 내린 결정이라 믿는 상황에서도 감정이 지배하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다만 감정의 영향에 대해 인정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고 최근에 들어와서야 그 역할과 지배성에 대해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의 감정을 중요시하는 사회라기보다 이제야 감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감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인간의 감정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방대하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더 깊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에 대한 이해도가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감정의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이 부각되었던 탓에 어떤 면에선 감정의 이점이 부푸려졌다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 이성에 더 무게를 두고 감정을 잘 통제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공감의 과잉을 문제삼아 이성의 중요성을 부각하려 하는 저자의 글의 방향은 부적절하다 여겨진다.  프롤로그에서 들었던 글의 전개방식에 대한 의문과 부적절함이 본문을 읽으면서 이해되고 풀어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