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공감 해부학
공감에 대해 신경과학자들이 수년에 걸쳐 연구한 결과 세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첫번째는 우리가 타인에 경험에 공감할 때 관여하는 뇌 조직과 우리가 직접 그런 경험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 조직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즉, 타인의 고통을 목격할 때나 우리가 직접 고통을 당할 때나 신경세포에 나타나는 반응은 비슷하다. 이러한 특성을 사회적 존재로서 번성하기 위한 인간의 영리한 진화 방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나와 같이 생각할 것이라는 가정은 오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모델 삼아 타인을 이해하려 할 때 타인이 나와 같은 것이라는 추측에 큰 무게를 두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제한된 의미에서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으나 그 고통을 실제로 경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공감에 입각한 경험은 우리가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사람보다 협력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공감을 더 잘하고, 문제의 원인이 그 사람에 있지 않을 때, 내가 속해 있는 집단의 사람일 때 더 공감을 잘한다. 공감 뿐 아니라 타인에 대한 우리의 반응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 선호, 판단이 반영되고 이것은 공감이 우리를 꼭 도덕적인 사람이 되게 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첫번째 발견한 사실과 같이 두번째도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감정에 우리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공감은 저절로 나타나는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집이 불타 사라진 것을 보며 펑펑 우는 사람을 보며 눈물이 나는 것을 보고 공감하고 있다고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얼마나 그 집을 갖기 위해 노력했고 그 집에 애정을 쏟았는지에 대해 알게 되고, 그래서 그 사람이 누구보다 집이 사라진 것에 대해 절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 사람의 절절한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고 느끼게 될 수 있고 이 때 공감을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공감은 처음부터 판단, 선호가 들어갈 수 밖에 없고, 우리의 이해도와 이해를 위한 노력, 자원, 가치에 따라 공감할 수 있는 능력치가 달라지게 된다. 어쩌면 어떤 상황에서는 공감이 도덕적인 사람으로 우리를 이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공감이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결과는 공감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이해와 결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세번째는 감정과 이해의 차이에 관한 것이다. 자신의 감각기관을 통해 우리는 정보를 얻고 이 정보는 우리의 생각과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 그 정보를 통해 타인의 심리상태를 이해할 수 있고,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한 것이 우리에게 어떤 기분을 느끼게 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해와 감정을 느끼는 이 두 과정은 별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두 과정이 별개의 과정일 것이라 주장한다. 타인의 경험을 공유하는 신경계와 타인의 심리상태를 추론하는 마음 읽기에 관여하는 신경계가 다른 부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활성화될 수는 있으나 다른 위치에 있기 때문에 별개의 과정으로 보는게 맞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뇌의 영역이 다르다보다는 공감을 느낄 때 동시에 두 가지가 활성화가 된다는 것이 더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둘 모두 활성화가 되어야 공감을 하고 있다고 보는게 타당할 것이다.
저자는 싸이코패스 범죄자들에게 공감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최근의 과학논문을 소개한다. 싸이코패스들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상대방의 기분을 잘 맞혀주고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은 공감능력이 있다는 증거이며, 나중에 냉담하게 피해자를 강간할 때는 공감능력이 없다는 증거라 본다면 이 명백한 모순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며 의문을 제기한다. 이 논문은 공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공감하고자 하는 의지를 구분해 이 모순을 해결하려고 했다. 그러나 신경과학 연구는 싸이코패스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타인의 고통을 느끼는 데는 서투르다. 즉, 인지적 공감능력은 높지만 정서적 공감능력을 낮다로 분석했다고 한다.
이 둘의 관련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이 둘이 전혀 다른 과정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여전히 와닿지가 않는다. 싸이코패스가 타인이 어떻게 하면 고통스러울 지에 대해 이해하고 있으나 그로 인해 상대방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지에 대해 느끼고 있지 않는다면 공감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공감의 인지적이 부분과 감정적인 부분이 얼마나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전혀 없고 인지적 과정 없는 감정뿐인 공감이나 이해만 하는 공감도 공감이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들이 그다지 설득적이라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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