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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독서) 공감의 배신 - 폴 블룸(Against Empathy by Paul Bloom): 6장 이성의 시대

6장 이성의 시대

 

우리가 마음 읽기에 서툴다고 하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타인의 마음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게다가 우리는 우리 마음 속에서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우리는 한걸음 물러나서 생각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도덕성을 발휘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더 주력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감한다.

 

저자는 인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어리석지 않으며 이성적인 동물일 수 있음을 주장한다. 나또한 인간의 이성적인 능력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러나 인간의 판단과 결정에는 많은 통제 불가능한 요소가 들어갈 수 밖에 없게 된다. 아주 사소한 요소 하나로 인해 몇 년의 준비와 고민으로 인해 내린 결론이 바꿔지기도 한다. 이에 대한 사회심리학 연구도 오랜동안 이어져 왔고 저자는 이에 대한 연구 결과의 타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존중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이성적인 부분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은 편견과 선호를 가지지만 동시에 편견과 선호로 인해 도덕적인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인정한다. 이는 인간의 이성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인간에겐 이성과 합리성이 필요하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높은 지능은 성공과 선함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지적 재능이 선한 행동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나 마음에 품은 목표가 긍정적이면 지능이 높을수록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높은 지능이 성공과 선함과 관련이 있다는 저자의 주장이 흥미롭다. 저자가 말하는 지능은 우리가 어렷을 적 한 번 쯤은 학교에서 받아본 IQ 검사 점수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IQ가 높으면 성공할 확률이 높고 선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주장인데 내겐 좀 황당하게 들린다. 성공을 하기 위해선 저자가 말한 IQ, 자제력 뿐만 아니라 노력과 끈기, 지원체제, 시스템, 자원, 창의성, 통찰력, 리더쉽, 열정 등 수많은 요소들이 결합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본다. 이 중 어떤 요소도 IQ보다 영향을 덜 미칠 요소는 없고 오히려 IQ의 영향력이 더 낮게 나타날 확률이 높아 보인다. 또한 IQ가 선함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어디서 나왔을까. 선함과 IQ의 관련성이라니긍정적인 삶의 목표는 지능과 상관없이 누구도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인간에겐 이성과 합리성이 있다. 그리고 이것을 추구하고 발전시킬 필요가 다분하다. 또한 인간은 감정적인 동물이고 인간의 도덕적인 판단과 결정에까지 감정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렇기에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어려운 문제에 부딪힐 때 우리는 충분히 숙고하고 가장 공정한 대답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 그 문화를 접하고 이해하고 경험함으로 인해 그 문화 또한 가치가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 안에 놀라움, 즐거움, 지루함, 분노, 슬픔, 기쁨과 같은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게 된다. 이 감정들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 공감이고 공감이 일어날 때 문화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된다.

 

나는 인지적 공감이라는 말이 여전히 어색하다. 인지적 공감이란 결국 상대방의 마음과 처지를 이해한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마음읽기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 왜냐하면 공감이란 단어에는 인지적인 요소와 감정적인 요소가 결합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불편했고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반대하는 부분도 꽤 많았다. 저자는 공감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정말 공감에 반대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게 했다.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갖는 상대방에 대한 감정에 포커스를 두고 공격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상황과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갖는 감정은 공감이 아니다. 그런 감정이 연민이며 동정이고 이런 감정은 나의 경험과 나의 생각이 먼저인 감정이므로 상대방에게는 불편하고 무익한 감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에 대해 좀 더 깊고 다양하게 생각하게 하는 책임에는 맞다. 그러나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