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부러울 것 없었던 욥에게 갑자기 이유 없는 불행이 찾아온다. 모든 재산이 불타 없어지고 자녀들이 모두 죽으며 온몸에는 심한 악창이 일어나 참을 수 없어 기와 조각으로 몸을 긁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이를 본 그의 아내가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고 까지 하며 그를 비난했으나 욥은 끝까지 믿음을 지키며, 내게 주신 모든 것은 하나님께로 왔으니 그가 가져가시는 것에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욥의 소식을 듣고 세 친구가 찾아온다. 욥의 처참한 모습을 보며 세 친구 모두 소리질러 울며 칠일 밤낮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의 곁에 머무른다.
이후 고통을 참기 힘들었던 욥은 자신이 태어난 것에 대해 저주하고, 자신의 생명이 꺼지기를 바라며 그가 당하는 고난이 그를 더없이 힘들게 함을 호소한다. 그러자 칠일 동안 그의 옆에서 고통을 함께 하던 친구 중 한 명인 데만 사람 엘리바스가 욥에게 충고성 발언을 한다.
“네 의뢰가 경외함에 있지 아니하냐 네 소망이 네 행위를 완전히 함에 있지 아니하냐 생각하여 보라 죄 없이 망한 자가 누구인가 정직한 자의 끊어짐이 어디 있는가. 내가 보건대 악을 밭갈고 독을 뿌리는 자는 그대로 거두나니 다 하나님의 입기운에 멸망하고 그 콧김에 사라지느니라
욥기 4:6-8
누구보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하나님 보시기에 의로운 믿음의 사람이었던 욥이 이런 얘기까지 들어야만 하는가. 순간 서글프고 화가 났다. 재산, 가족, 건강까지 잃어 얼굴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상해버린 친구의 모습에 펑펑 울며 일주일이나 함께 아픔을 나눴던 친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이런 상처를 주는 말이라니 씁쓸하다. 욥은 하나님께서 죄없다 인정하신 믿음의 사람이며 누구보다 정직한 사람이었음을 엘리바스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욥을 비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말이라기보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불평하는 욥에게 조언을 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겠지만, 정말 욥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고 아파한 사람이라면 하지 않았을 경솔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후 엘리바스는 자신이 본 환상에 대해 욥에게 얘기한다.
“그 영이 서는데 그 형상을 분변치는 못하여도 오직 한 형상이 내 눈앞에 있었느니라 그때 내가 종용한 중에 목소리를 들으니 이르기를 인생이 어찌 하나님보다 의롭겠느냐 사람이 어찌 그 창조하신이보다 성결하겠느냐 “
욥기 4:16-17
이전엔 죄없이 망하는 자가 없다며 욥을 훈계하더니 이제는 자신의 체험을 빌미로 욥의 의로움마저 부정하는 말을 한다. 너의 고난에는 분명 너의 잘못이 있을 것이며 네가 의롭다고 주장하여도 하나님 보시기에는 의롭고 성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맞는 말처럼 보이지만 엘리바스의 교만함이 엿보이는 말이다. 그가 어떻게 세상의 모든 고난과 시련의 의미를 그가 헤아릴 수 있고, 또 어떻게 괴로워하는 친구 앞에서 의로움과 성결함에 대해 꺼내는 것일까. 지금 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의 충고와 조언이 아니다. 욥의 상황에 대해 엘리바스가 생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이미 욥은 알고 있다. 게다가 누구보다 의로웠고 정직했던 욥이 듣기에는 너무 괴로운 말이지 않은가.
엘리바스의 자기 위주의 충고는 사실 지금의 그리스도인들에게서도 많이 볼 수 있다. 힘들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고난에는 다 하나님의 뜻이 있다, 기도하면서 기다리면 된다, 내가 열심히 기도하고 말씀 묵상을 했더니 다 이기게 하셨다는 등등의 얘기 말이다. 충분히 상대방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하려 하기 보다, 어줍잖은 충고와 상처만 되는 사려 없는 격려성의 발언들이 자신에게 왜 이런 고통이 주어졌는지 왜 기도하고 기다려도 여전히 고난 가운데 있는지, 열심히 기도하고 말씀 묵상을 해도 괴로운지 알 길이 없는 사람들에겐 누군가가 필요한 시기에 사람을 피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한다.
누군가는 정직하게 자기 일을 묵묵히 하다가도 욥처럼 이유 없는 고난을 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고난은 내가 체험했던 고난과 나의 지식 영역 밖에 있는 고난일 수 있다. 나 중심성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고통을 헤아리려 할 때, 상대방에게 충고를 주려하기보다 지금 그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헤아리고 도와줄 때, 비로소 고난을 함께 견디고 버티며 이겨내는 힘이 되어줄 수 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그리스도 인이 되길, 모든 그리스도 인들이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지혜로 상대방을 바라보게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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