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호와께서 저희의 부르짖음을 들으실 때에 그 고통을 권고하시며 저희를 위하여 그 언약을 기억하시고 그 많은 인자하심을 따라 뜻을 돌이키사 저희로 사로잡은 모든 자에게서 긍휼히 여김을 받게 하셨도다
시편 106:44-46
오랜 기다림으로 지쳐 무력해지고 아무것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 교회에서 예배드리며 찬양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여겨지는 나날들. 무의미해지는 것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사람들과의 만남이 거리껴지는 하루하루가 꼬박꼬박 내게 주어지는 것이 부당하고 지겹다고 느껴질 때, 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기에 망설이다, 온라인 예배는 드릴 수 있지 하며 TV를 켰다.
지난주 설교 말씀(11/3)은 다윗과 아비가일의 만남에 대한 것이었다. 그동안 나발을 도왔던 다윗이 자신을 따르는 무리에게 먹을 것을 주기를 그에게 청했을 때, 나발은 그의 요청을 단번에 거절하며 다윗을 무시하고 조롱한다. 이에 화가 난 다윗은 나발의 가진 것을 모두 빼앗고 나발을 죽이기로 정하는데, 이 소식을 들은 나발의 아내 아비가일이 다윗에게 달려와 선처를 호소하며 준비해 가져 온 음식을 청하며 용서를 구한다.
남편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큰 화를 당할 뻔했지만 지혜로운 아비가일로 인해 다윗의 화도 잠잠케 되고 그 가족 누구도 다윗의 칼로 인해 화를 당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다윗 또한 그 화로 인해 살상을 하는 실수를 면하게 된다. 다윗은 아비가일을 보내시어 자신이 죄를 짓지 않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하며 그녀에게 그 가족 누구도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며 그대로 보낸다.
믿음으로 골리앗과 싸워 이겨 놀라운 기적을 체험한 다윗일지라도 매일 벌어지는 전쟁 같은 삶이 던지는 돌멩이들에 아파하고 분노하며 그 분노로 인해 큰 죄를 저지르려 한다. 그러나 매일 하나님을 바라보며 찬양하는 다윗 또한 아비가일을 보내신 하나님의 은혜가 없었다면 큰 죄에 빠지게 되는 잘못을 할 뻔했다는 것이 내게 위로가 됐다.
하나님의 은혜가 없이는 나를 흔들어 도저히 잠잠할 수 없게 하는 일들에 맞서는 것이 어렵다. 은혜 없이는 나를 향해 날아오는 바위같은 돌멩이들로 인해 터지고 깨져 주저앉아 다시 일어날 생각조차 할 수 없다. 나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하다 끊임없는 절망감과 낙심, 외로움과 분노로 24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지치고 고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다윗의 스토리가 와닿는다.
하나님은 왜 다윗에게 음식을 공급해 주셨으면 되었을 것을, 그가 음식으로 인해 이러한 모욕적인 일을 당하게 놔두셨는지 알 수가 없다. 때때로 하나님의 방법은 그가 사랑하는 자녀를 바닥까지 낮추시고 이때 하나님을 찾기를 바라신다. 그러나 다윗은 무슨 일인지 이번엔 기도하기 전에 자신의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려 했고 이런 다윗에게 하나님은 아비가일을 보내신다.
그를 살리신 하나님의 그 사랑과 은혜가 내 삶에 넘치기를, 내게도 다윗에게 보내셨던 아비가일을 보내시기를 간구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가 없이는 하루도 견딜 수 없음을 고백한다.
이번 주 말씀(11/10)은 자신의 연로함을 깨닫고 후계자를 지정한 아브라함에게 수많은 자손을 주겠다고 하신 약속을 상기시키시며 천막에서 나와 하늘의 별들을 보게 하신 하나님에 대한 내용이다.
아브람이 또 가로되 주께서 내게 씨를 아니주셨으니 내 집에서 길리운 자가 나의 후사가 될 것이니이다 여호와의 말씀이 그에게 임하여 가라사대 그 사람은 너의 후사가 아니라 네 몸에서 날 자가 네 후사가 되리라 하시고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 가라사대 하늘을 우러러 뭇별을 셀 수 있나 보라 또 그에게 이르시되 네 자손이 이와 같으리라 아브람이 여호와를 믿으니 여호와께서 이를 그의 의로 여기시고
창세기 15:3-6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에 처음엔 아브라함도 믿음으로 반응한다. 나이가 많아 아들을 낳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후사까지 미리 정해 놓았지만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믿는다. 내게도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의 말씀이 있다. 오래 전에 그 말씀을 받을 때 믿음으로 그 약속이 이루어지길 소망했다. 하지만 아직도 성취되지 않은 그 말씀이, 약속의 말씀과 너무 다른 지금의 나의 상황으로는 도저히 이루어질까 의심이 들기에 매번 기도했다가도 잊어버리기를 반복한다.
100세가 다 되는 아브라함에게 하늘의 별과 같은 수많은 자손을 주시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이 다시 임했을 때 얼마나 황당하게 들렸을까..
아브라함이 엎드리어 웃으며 심중에 이르되 백세 된 사람이 어찌 자식을 낳을까 사라는 구십세니 어찌 생산하리요 하고 아브라함이 이에 하나님께 고하되 이스마엘이나 하나님 앞에 살기를 원하나이다
창세기 17:17-18
믿음으로 말씀을 받았던 아브라함도 시간이 흐르니 후처에게서 나은 자식이나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를 바란다는 기도를 하고 있다. 의심하는 아브라함에게 장막 밖으로 나와 하늘의 별을 바라보게 하시며 소망을 주셨던 하나님은, 모든 소망이 끊어지고 지금 있는 자손을 하나님 앞에 올바로 키우는 것에만 눈을 돌리는 그에게 다시 한번 약속의 성취를 말씀하신다. 결국 오랜 시간이 걸렸으나 하나님의 말씀은 성취되고 아브라함은 이스라엘 백성의 아버지가 된다.
지금의 나는 이전의 아브라함과 다르지 않다. 언젠가는 이루어질 하나님의 약속과 별개로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바란다. 다만 이스마엘이라는 하나님이 뜻과는 별개의 자손을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은 있다. 이러한 나의 마음과 달리 내가 한 중요한 선택들로 인해 이스마엘이 탄생된 것인지 그 선택이 하나님의 뜻이었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결과로 인한 지금의 상황으로 인해 내가 더 이상 넘어지지 않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로 가길 원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은혜와 약속의 성취를 믿는 믿음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그리고 아브라함에게 약속의 말씀을 들고 다시 오셨던 것처럼 내게 다시 말씀으로 오시길 기도한다.
다윗과 아브라함에게 보여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더불어, 오늘 시편 묵상 말씀처럼 광야생활 내내 매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았지만 불평과 원망을 털어놓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부르짖음을 깊이 생각하시고 인자하심과 긍휼하심으로 그들의 기도를 들어주셨던 하나님의 은혜가 오늘 내게 임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감사한다. 예배까지 거부했던 내게 필요한 말씀을 들려주시고 강퍅해진 내 마음을 열어 말씀의 은혜를 주신 하나님께. 또한 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나는 또 괴로워하며 하나님을 찾을 것을. 그래서 소원한다. 때마다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돕는 은혜가 임하기를.
그러므로 우리가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히브리서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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