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
돌이켜보면 내 삶의 여정 내내 난 내가 태어난 이유, 내 삶의 목적, 내가 붙들고 나아가야 할 것들에 대해 매번 질문하고 찾으려 애썼던 것 같다. 어릴 적엔 내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여겼고, 그것이 나의 삶의 목적을 찾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성공을 할 때도, 실패를 할 때도 성공의 이유와 실패의 이유만 찾을 수 있었을 뿐, 나의 삶에 대한 하나님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서는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내가 바라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인가. 내가 하는 선택들이 과연 나에게, 이 사회에게 더 나은 것인가. 다른 길이 있지는 않을까. 지금 나아가야 하는가,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지금 내가 이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니 매번 크고 작은 위기의 순간들이 올 때마다 흔들리고 좌절하며 뒤로 물러서기도 했고 때론 완전히 새로운 선택지를 택하기도 했다.
때로는 기도 없이 선택한 길들이 어쩌면 내가 속한 사회의 기준으로는 훌륭한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내 안에서는 끊이지 않는 고민과 두려움을 낳게 했다.
그래서 하나님께 매달렸던 것 같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냐고…. 하나님을 위해 사는 것이 나의 삶에선 구체적으로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야 하는 거냐고… 매번 큰 인생의 결정들을 해야 할 때마다 고민하고 매달렸었다. 그러다 힘들어지면 더 이상 못하겠다고, 난 이 길을 감당할 만한 사람이 못 되는 것 같다고, 내가 바라는 것만 생각하며 선택하고 싶다고, 나의 책임이 나를 버겁게 한다고… 호소했었다.
그러다 내 인생이 의미없다 여기기 시작했다. 나의 노력, 나의 바램, 나의 선택, 내가 걸어온 길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이런 나의 마음이 진짜인가. 정말 내 인생은 의미가 없는 건가. 이유 없이 태어난 인생이 있을까, 혼란스러웠다.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린 모두 다 조금씩은 다르다고. 그리고 그 다름 안에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하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재능, 성향과 기호들을 가지고 이 세상에서 잘 어우러져, 서로의 만남과 교제를 통해 사랑과 기쁨, 슬픔과 고통을 나누며 하나님이 보여주신 사랑을 체험하는 것이 인생이며 이 안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게 아닐까 하고. 하지만 우리의 사회는 나눔과 헌신보다는 경쟁과 승리에 더 목을 매고 있고, 다름으로 인해 서로를 오해하고 비난하며 벽을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이 안에서 많은 시간 나의 고유한 삶의 이유를 잊어버리거나 찾지 못한 채 방황하거나 무기력하게 있고, 그러다 스스로를 가둬버리거나 사회 밖으로 나가버린다.
지난 몇 달간 내게 찾아온 이 무기력감과 의미 없음을 하나님 앞에 가져가 하나님과 씨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경 속의 인물들의 삶을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아브라함, 다윗, 사라, 요셉, 욥, 에스더, 야곱 등… 이들의 삶을 통해 이루신 하나님의 뜻을 찾기 시작했고 신기하게도 이들 중 그 누구도 매 순간 하나님의 뜻을 확실히 알고 다가오는 시련과 어려움들을 이겨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통해 하나님은 그 뜻을 이루셨고 그들은 삶을 통해 하나님을 높였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은 매 순간 우리의 질문에 옳고 그름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길이 신실하고 선하심을 믿고 하나님을 의지함으로 질문의 시간들 속에서 하나님을 더 알아가기를 원하시는 것임을 깨달았다.
내 삶에 여전히 존재하는 장애물을 어느 때는 나의 힘으로 들어 올릴 수 없음을 인정하고, 때로는 나의 의지보다 더 길게 기다리고 견뎌야 하는 것을 수용하려고 한다. 나의 존재 이유가 무엇을 이룬다기보다 하나님의 품성을 깨닫고 그것을 닮아가려 애쓰며 매일을 그 안에 거하는 것이라는 것을 되새긴다. 그래서 한참 후에 나의 삶의 통해 이루신 하나님의 뜻을 보게 될 때, 그때가 나의 삶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깨닫게 되는 때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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