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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믿음에 대한 단상

 

내가 걷는 믿음의 길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언 3 : 5 ~ 6)"

 

어려움이 닥칠 때 믿음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음을 느낀다. 매번 삶의 크고 작은 어려움이 올 때마다 무너지는 자신을 바라보며 나의 믿음 약함을 탓하곤 했다. 어려움이 닥쳐도 그 어려움을 통해 선한 길로 인도하실 하나님을 믿으라는 사람들의 말이, 내가 이를 몰라서 힘들어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고, 나의 약한 믿음에 대해 답답해 하는 소리로 들리고, 기도를 덜 하고 믿음이 강하지 못해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은 것인 양 들리기도 해 사람들을 멀리하게 된다. 그리고 충분히 이해받지 못함에, 이런 나의 약한 모습에 한숨을 쉰다.

 

끊임없이 간구하고 받은 줄로 믿는 그 믿음이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한결 같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신기하다. 흐트러진 믿음을 세우고 다시 앞을 바라보는 과정이 무조건 믿음대로 될지어다라는 막무가내 식의 구호로 덧칠되어지는 것이 두렵다.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부당한 결과들을 접하며,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을 많은 사람들의 처절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믿음의 표현에 반감이 든다.

 

믿음이란 무엇인가? 상대방을 믿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난 너를 믿어라는 말에는 너의 인격과 너의 삶의 방향과 태도를 내가 존중하기 때문에 너의 결정과 그에 대한 결과를 믿을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 믿음은 상대방이 어떤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게 된다. 지인이나 존경할 만한 관계, 가족들에게 믿는다고 하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난 당신을 믿습니다라고 하지는 않지 않은가. 따라서 상대방에 대한 믿음은 결국 그 상대를 잘 알고 그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도 다르지 않다. 믿음이 생기기 위해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아야 하고 그 앎을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자라나야 하며, 그 관계 안에서 믿음이 쌓이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하나님이 내가 경험한 하나님과 동일한지,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삶 속에도 일관되게 보여지는지 바라보면서 나의 믿음은 굳건해지게 된다.

 

크고 작은 시련으로 인해 나의 믿음이 흔들릴 때마다 하나님께 나아갔다. 이로 인해  하나님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고, 그 때마다 나의 믿음이 자라났다. 그러나 이 자라난 믿음이 다음에 다가오는 삶의 위기를 쉽게 이기도록 도와주지는 않았다. 언제나 그 다음 위기는 더 크고 깊었고, 그럼 난 여전히 흔들리고 피하고 싶어하고 기다리기를 거부하며 힘든 시간을 견딘다. 이런 나의 모습은 날 실망하게 만들고 점점 지치게 했으며 세상과 사람에 대한 어떤 희망도 의미 없게 만들었다. 오히려 하나님에 대한 나의 믿음이 자란 것이 맞는가? 의문과 무기력에 더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이러한 의문과 무기력감은 하나님에 대한 나의 신뢰를 거두고 싶은 마음으로 까지 번졌고 이에 걸맞는 증거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껏 내가 경험한 하나님과 하나님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증거들이 완전히 등을 돌리고자 하는 나를 붙들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끊임없는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씩 알도록 해주셨다.

 

어떤 위기든 그 속에서 원망하고 의문을 품더라도 하나님 앞에서 그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원했고,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끊임없는 질문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아갔다. 그러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또 다른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도 못하고 나의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으며, 내가 원하는 답은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를 잊지 않으시고 나의 삶에 함께하고 계신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이 과정이 쉽지는 않다. 외롭고 고된 싸움이기 때문에. 그러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어려움도 커지지만 이겨내는 힘과 방법도 더 견고해졌음을 느낀다.

 

성경 속의 인물들의 삶에도 늘 하나님은 같은 방법으로 그들을 이끄시는 것을 볼 수 있다. 믿음의 시련을 주시고 이겨내기를 바라신다. 그리고 그들이 이겨내려고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 하나님의 성품과 방법에 대해 알려주신다. 이러한 깨달음은 믿음을 더 견고하게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킨다. 내 삶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은 날 두렵게 하고 불안하게 하지만, 늘 같은 방법으로 변함없이 하나님을 믿는 자들을 이끄셨던 분이 나의 삶에 개입하시고 나와 동행하심을 내가 알기를 바란다는 것이 날 안심시킨다.

 

변함없다는 말이 얼마나 우리를 편안하고 안정되게 하는가. 변함이 없으실 뿐더러 모든 것을 알고 계시는 하나님이 내게 믿음을 갖기를 원하신다. 내가 원하는 방법이 아닌 그의 방법으로 내 삶을 그리고 이 세상의 질서에 개입하심에 대해 전적으로 믿고 맡기길 바라신다. 이 믿음은 하나님과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될 때 자랄 수 있다. 그래서 크리스찬으로 사는 길은 끊임없이 생각하고 분별하며 자신을 갈고 닦는 수행의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을 멈추는 순간 우리의 믿음은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게 될 뿐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그렇게나 믿음의 가치에 대해 말씀하셨나 보다.

 

 믿음이 없이는 기쁘시게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히브리서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