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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묵상) 역대하 32장: 히스기야의 믿음

역대하 29장부터 31장에서 히스기야는 하나님의 전을 수리하고 온백성과 함께 하나님을 경배하며 제사를 지낸다. 또한 유월절을 지키고 우상들을 없앤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하나님 보시기에 온전함과 진실함으로 행하여 형통함의 축복을 받는다.

 

32장에서는 앗수르의 공격을 받게 된 히스기야가 두려움에 떠는 유다인들에게 하나님의 함께하심으로 앗수르를 이길 것이라는 소망을 주며 그들을 독려하는 장면이 나온다. 히스기야의 말대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앗수르에게서 구하시고 보호하시어, 이때부터 그는 주변 나라들에게서 존경받는 왕이 된다. 왕궁에 온갖 진귀한 보물이 쌓이고 나라가 부강하게 되며 열국들의 칭송을 받게 되자 히스기야의 마음에 교만함이 깃들어, 그는 병문안을 온 바벨론에서 온 사절단에게 하나님을 높이기보다 왕궁의 진귀한 보물들과 무기, 군사들을 자랑하고 유다의 국력의 대단함을 뽐내며 그들과 동맹을 맺고자 한다. 이는 하나님 보시기에 옳지 않았기 때문에 이사야를 통해 히스기야의 잘못을 깨닫게 하시고 히스기야는 곧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된다. 결국 히스기야 시대엔 하나님의 심판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이후에 심판이 있으리라는 말씀을 듣게 된다.

 

강대한 나라 앗수르를 견제하기 위해 히스기야는 동맹국이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앗수르를 이겼던 그인데, 또한 그의 간절한 기도로 15년이나 더 사는 축복까지 받았는데 왜 전적으로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바벨론에게 나라의 중요한 정보들을 알게 했을까.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얻었던 수많은 승리와 물질적인 풍요, 주변 국가들에게서 받는 인정과 칭송들이 어쩌면 하나님은 나를 언제나 도와주시는 분이며 내가 기도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들게 하고, 그러다 하나님보다 나의 정의가 더 크게 자리 잡게 되어 결국엔 교만한 마음까지 발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가 간절한 기도를 통해 자기 생명을 15년이나 연장할 수 있었을까. 생명을 연장해주신 건 하나님이고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얻은 시간들이지만 그의 마음엔 내가 잘해서 하나님께서 이런 은혜까지 주신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이런 교만한 마음은 바벨론 사절단에게 자랑과 과시를 통해 동맹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나아가게 했고 결국 후대에 바벨론에게 나라를 뺏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한다.

 

이런 잘못된 길로 가는 우를 범했지만 자신의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못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여 하나님께 나아가 그 전의 악습들을 제하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정직하고 바르게 나라를 다스렸다는 점에서 히스기야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 바쁜 삶을 살고 있다. 해야할 일, 신경써야 할 일들이 수 만 가지라 히스기야처럼 먼저 하나님의 전을 보수하고 속죄제를 드리며 유월절을 지키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믿고 나아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한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성령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매순간 하나님과 동행하며 살기 위해 애쓰다가도, 나의 마음을 동요하게 하는 다른 일이 생기거나, 오랜 기도에 응답이 없고 기다림에 지치다 보면 이렇게 기다리다 망할 것 같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믿음은 잠시 덮어두고 무언가를 하게 된다. 결과가 좋으면 안도감과 함께 잠깐의 감사의 시간을 갖는 것으로 끝나고, 결과가 안좋으면 자기 불신과 죄책감, 원망과 절망의 수렁에 빠지기도 한다.

 

히스기야도 그러지 않았을까. 젖어있던 구습의 폐해들을 솎아내고 하나님의 길을 선택하여 나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은혜가 없었다면 이루지도 못했던 위업들이다. 일상에서 풀어야만 했던 수많은 그의 인생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알 수는 없지만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그 문제들 또한 기도하며 인내하며 이겨내며 풀어갔으리라 짐작해 본다. 때때로 불안과 걱정에 휩싸이기도 하면서  그러나 그는 온전한 마음으로 그 일들을 해냈다. 두려움과 불안감보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우선이었던 것이다.

 

여전히 내 앞에 있는 일상의 문제들을 바라본다. 내게 불안과 염려, 우울하게까지 만드는 일들 말이다. 히스기야 앞에 진 치고 언제 공격할지 점치고 있는 앗수르 군대처럼, 내 집 대문 앞에 진치고 앉아 나를 숨 막히게 하고 두렵게 하는 일들을 하나님이 나를 위해 싸우시며 반드시 나를 도우시리라 외치며 강하고 담대한 믿음으로 이겨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히스기야가 외칠 때 백성들이 안심했던 것처럼 말이다. 정말 하나님은 그 때 그들을 도우러 오시지 않는가.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하나님을 믿는 것 하나밖에 없었다. 나또한 그때 그 믿음이 날 살렸다고 증거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