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독서) 순전한 기독교 (Mere Christianity by C. S. Lewis) 2장

 

 

1장에서 저자는 선한 무언가가 우주를 만들고, 인간 안에 선하게 행동하도록 하는 도덕률을 두었다는 것을 논증했다. 2장에서는 그 무언가를 신이라고 한다면 그 신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며, 선과 악이 어떤 형태로 시작된 것인지, 악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신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하나님을 믿느냐에 따라 한 번 더 나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다른 두 입장이 있지요. 그 중에 하나는 하나님을 선악의 구분 너머에 있는 존재로 보는 입장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어떤 것은 선하다고 하고 어떤 것은 악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입장에 따르면 그것은 인간적인 관점에 불과합니다.” P.71

 

모든 것은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론을 범신론이라 부른다. 범신론은 우주 자체를 하나님으로 보고 우주가 존재하므로 하나님도 존재하고 우주의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관점에 따라 선한 것이 악한 것이 되기도 하고 악한 것이 선한 것이 되기도 하므로 절대적인 선과 악의 구분이 없고 범신론에서는 누구나 신이 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기독교는 절대적인 선을 대표하는 하나님이 존재하고 세상에는 죄와 악이 만연하다고 본다.

 

여러분은 하나님이 세상과 구별된 존재이며 세상의 어떤 것들은 그의 뜻을 거스르고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범신론자는 암이나 빈민가를 보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것들 역시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텐데.”

 

 

실제로 선이라고 여겨졌던 것이 악이 되기도 하고, 악이 선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하는 관점으로 달라지는 선과 악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변함없이 어느 관점으로 보나 동일한 선과 악이 존재하며, 이것을 뒤흔들려고 하는 것은 세상의 근본 질서를 깨트리는 일이다. 누구나 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아무도 신이 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리고, 암이나 빈민가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이를 보고 신이라고 말하는 궤변을 늘어놓는 거짓 선동가들을 양산해 사회의 무질서를 부추기기만 할 뿐이다.

 

세상엔 왜 악함이 존재하는가? 선한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이라면 선함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우주에는 분명히 나쁜 것들과 명백히 무의미한 것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우리 인간들처럼 그것이 무의미하고 나쁘다는 점을 아는 생물도 존재합니다. 이 모든 사실을 정면으로 다룬 관점은 두 가지뿐입니다.하나는 기독교적 관점으로 세상은 원래 좋았는데 나빠졌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야 할 원래 모습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또다른 관점은 이원론으로 모든 것의 배후에 선과 악이라는 두 개의 동등하고 독립적인 힘이 있으며 우주는 그 두 힘이 끝없이 싸우는 전쟁터라고 믿습니다.” P.79

 

모든 것의 배후에 원래부터 동등하고 독립적인 두 힘이 있었다면, 우리가 선을 더 선호하고 악을 나쁜 것이라고 규정하는 일이 가능할까. 선을 더 옳은 것으로 보고 악을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는 의미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이 둘을 판단한다는 것이고, 그 기준을 만든 존재는 이 둘보다 더 오래전부터 있었을 것이고 진정한 하나님이 될 것이다.

 

이원론이 맞다고 가정했을 때 악의 힘은 악 그 자체를 좋아하는 존재다. 그러나 악이 악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악함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선한 것을 잘못된 방식으로 얻으려는 것이지, 처음부터 악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선은 선 그 자체인 반면 악은 선이 부패한 것이며 부패했다는 말은 처음엔 좋은 것이 있었다는 말이다. 악이 악해지려면 선을 먼저 원한 후에 그것을 잘못된 방식으로 추구해야 한다. 악이 악해지려면 먼저 존재해야 하고 지성과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존재나 지성, 의지는 그 자체로는 선한 것들이다. 결국 악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기보다 선에 기생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기독교는 이 어두운 악도 본래는 하나님이 창조하셨고, 원래는 선하게 창조된 존재이나 악으로 변한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 악은 선한 존재가 스스로 중심에 있고 싶어 하는,자신이 하나님이 되고 싶어 하는 욕망으로 죄를 지어 생겨난 것으로 본다.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나갈 수 있다고 하는 교만한 마음이 악으로 변한 것이다.

 

하나님은 악을 왜 세상에 허용하셨을까?

 

하나님이 지금 이 우주의 전쟁 상태를 자유 의지를 위해- , 하나님이 줄을 잡아 당겨야만 움직이는 꼭두각시들의 세상이 아니라, 자유의지를 가진 피조물들이 진짜 선을 행하거나 해를 끼칠 수 있는 세상, 진짜 중요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살아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로 생각하신다면 우리 또한 그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P.88

 

하나님이 처음에 세상을 창조할 때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다. 인간은 선해질수도 악해질 수도 있는 자유의지를 받은 것이다. 이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하면 인간이 악해질 수도 있음을 아셨음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자유의지를 주신 것은 위험보다 자유의지를 통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것이 더 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뿐 아니라 옳고 그런 것에 대한 분별력, 좋은 꿈-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어떤 식으로든 인간에게 새 생명을 주는 신에 대한 이야기를 주셨고 유대 민족을 택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 수 있도록 해주셨다. 또한 예수님을 보내셨다.

 

유대인이었던 예수님은 스스로를 하나님으로 불리길 원했고 사람들의 죄를 용서한다고 말하고 이전부터 존재하는 자라고 스스로를 지칭했다. 그리고 세상의 마지막 날 다시와서 세상을 심판할 것이라고 한다. 예수님의 도덕적인 성품과 가르침, 그의 인생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면 그의 이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가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 정신병자가 아니면 정말 하나님의 아들이던가 둘 중에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놀라운 지혜와 가르침, 그가 걸어온 길들을 살펴본다면 미치광이가 하는 소리로 치부하기가 어렵다.

 

악한 세상에 하나님의 아들이 온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는 그리스도가 우리를 위해 죽임을 당했으며 그 죽음이 우리의 죄를 씻어 주었고 그가 죽음으로써 죽음의 세력이 힘을 잃었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것이 기독교입니다.” P.100

 

인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악과 선이 대립하고 전쟁하고 있는 이 세상에 하나님은 예수님을 보내셨다. 그리고 예수님은 많은 사람에게 하나님의 가르침을 전한 후, 하나님의 아들이라 스스로를 불렀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한다. 죽기 전까지 자신을 핍박하고 조롱하던 이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기도를 하면서.

 

인간의 악함으로 인해 선한 하나님과의 연결이 끊어졌고 스스로의 힘으로는 선한 존재인 하나님께 갈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선한 예수님이 악한 인간을 대신해 죽음으로 죗값을 치르심으로 인간이 회개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과 교류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회개의 과정으로 인해 인간은 완전한 선이신 하나님을 중심으로 놓고 그 선함을 닮아가려 애쓰는 삶을 살 수 있다. 내가 먼저인 인간의 타락된 마음은 결국 선한 하나님과의 교류 없이는 악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새생명을 선사하는 일이었고, 이후 세례와 믿음, 성만찬을 통해 그리스도의 생명이 전파되게 하셨다.

 

2장까지 읽다보면 원래는 선하게 창조된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이 타락함으로 인해 세상에 악이 들어오게 되었고, 세상은 선과 악이 대립하게 되었으며 타락한 인간은 스스로 선한 존재가 될 수 없기에 예수님이 오셔서 그의 피로서 인간의 죄를 사하시고, 비로서 그를 믿음으로 세상에 선을 전파할 수 있게 됨을 알 수 있다.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처형당했던 수많은 사람들, 기독교가 가진 선함과 생명의 진리를 전파하기 위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낯선 땅에 들어간 수많은 선교사들의 행보, 기독교를 흉내 낸 수많은 사이비 종교들과 거짓 목사들만 생각해 보아도 기독교가 싸우는 것은 다른 종교가 아니라 절대적 선과 대립하는 악임을 알게 된다. 기독교만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크게 행한 종교도 보기 힘들고 그만큼 분란을 일으킨 종교도 없다. 기독교를 전파하는 것은 생명과 선을 전파하는 것이고, 그 선을 지켜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결국 선 그 자체인 하나님이 이기는 싸움이라 믿기 때문에 자신의 생명까지 내어놓고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길을 따른 것이다.